Pong`s Life ★
혼자일 것 행복할 것 본문
일시 : 2017.01.01
제목 : 혼자일 것 행복할 것
저자 : 홍인혜
책 속 문구 :
선생님께서는 우리에게 시 작법을 강의하고 우리의 시를 비평하는 등 수업시간엔 수업에 열중하셨지만, 엄연히 '시 선생'으로서의 자아와 '시인'으로서의 자아는 다르다고 하셨다.
전자가 타인의 시를 분석하고 가르치고 논평하는 자아라면 후자는 자유롭게 스스로의 시를 쓰는 자아라고 하셨다. 그래서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실 때는 시 선생의 영혼에서 시인의 영혼으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 꽤 먼길임에도 일부러 걸어가신단다. 타박타박 밤길을 걸어가면서 마음에서 '시 선생의 기운'을 빼내기 위해서 말이다.
특히나 격무에 시달린 날엔 퇴근길 내내 정신이 멍하고, 집에 와서도 한동안 업무의 연장선상에 있는 기분이 된다. 마음의 긴장은 쉽사리 가시지 않고, 각 잡힌 업무자의 영혼에서 늘어진 퇴근자의 영혼으로 태세 전환이 잘 안 된다. 우리의 마음이라는 것은 자세를 바꾸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니까. 정장에서 파자마로 갈아입듯이 손쉽게 교체되기 힘드니까. 그렇기에 나에겐 일을 마치고 난 뒤에 또다른 자아로 로그인하기 위한 일종의 로딩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는 주거생활에 있어서 여러 난관에 봉착한다. 채광이 안 좋다거나, 비가 샌다거나, 집이 습하다거나 등등 살다보면 수많은 문제들이 밟생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뛰어넘는 압도적인 문제는 '이상한 이웃'이었다. 이웃의 광기는 내가 예측할 수도, 컨트롤할 수도 없다. 이상한 이웃 한 명이 얼마나 많은 사람의 삶을 불행으로, 나아가 공포로까지 몰아넣는지 나는 이제 알았다.
혼자 오래 살다가 근래에 결혼한 회사 동료가 농담 섞어 이야기 한 적이 있다. "결혼하니 좋아요. 애인이랑 맨날 같이 있을 수 있고. 근데 너무 좋은데 이 사람이 집엘 안 가네? 슬슬 가야 할 것 같은데 계속 계속 같이 있네?" 어쩌면 우리 모두에겐 외로움의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오직 스스로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자발적인 고독 타임 말이다. 반려자가 있는 사람들에게조차 이런 혼자만의 시공간이 간절할지 모르는 일이다.
혼자의 삶에 부족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여기는 원래 혼자가 당연한 세계다. 우연하게도 잠시 누군가 머물다가 제자리로 돌아갔을 뿐이다. 함께일 때는 함께여서 좋았고, 떠나니 떠나서 좋은 나만의 완전한 세계. 외로움이란 감정을 부정하는 거은 아니지만 이 세계에선 고독조차 조화롭게 자리하고 있다.
물론 이 경험 하나가 내향적인 나의 성격, 나돌아다니면 방전되고 집 안에서만 충전되는 이 성격을 단박에 뒤집지는 못할 것이다. 그것은 천성이니까. 집 안이 언제나 안전하고, 평온하고, 아늑하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단언컨대, 집 안엔 좋은 것 투성이니까. 하지만 더 좋은 것은 문밖에 있지 않을까? 아니 더 좋을 가능성이 있는 것들은 문밖에 있지 않을까? 나는 현관문을 걸어 잠금으로써, 그 모든 가능성을 걸어 잠그고 사는 것이 아닐까? 편안한 옷을 입고 익숙함에 기대 누워 안전함을 만끽하는 것도 좋지만, 이따금은 몰랐던 세상으로 나아가는 것은 어떨까? 집만을 지상 낙원으로 여겼던 나의 첫 깨달음이었다.
취향은 마음의 방향인 것이다. 결코 단기간에 설정되지 않고 오랜 시절 차곡차곡 쌓여온 나만의 기준, 나만의 테이스트. 내 삶이 향할 곳을 알려주는 마음의 화살표.
취향이란 자기만의 세계를 가리켜주는 영혼의 나침반이니까. 그 나침반이 있어야 자기만의 세계로 갈 수가 있으니까.
어쩌면 우리의 인생이란 취향에 맞는 것들로 저마다의 상자를 채워가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
"글쎄..... 부모는 일단 자식이 잘 살게 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있는 것 같아. 결혼이라도 시켜야 한시름 놓는 느낌? 거기까진 내 몫인 것 같은 느낌?"
세상 누가 나의 행복을 이처럼 간절히 소원하겠는가. 세상 누가 나의 안정적인 삶에 이렇게까지 책임감을 갖고 있단 말인가. 단기적으론 나의 끼니부터, 장기적으론 결혼까지 엄마는 오직 내 행복을 지켜주는 것이 인생의 과제였던 것이다.
대체 무엇이 정상이고 무엇이 비정상인지, 무엇이 일반적이고 무엇이 비일반적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다수가 선택하는 것'을 보통 정상으로 보고 일반적이라고 친다면 겨혼이 그쪽, 비혼은 그 반대쪽이었다. 다수보다는 소수가 걷는 길, 용기가 필요한 길, 자기 확신이 필요한 길이었다.
이 모든 생각의 널을 뛰다보면 결국 단 하나의 결론에 다다른다. 결국 이 공간을 지킬 사람은 나뿐이라는 생각. 나는 내 생명을, 내 영토를 지킬 나만의 전사인 것이다. 공포에 굴복해 스스로 정한 삶의 노선을 바꿀 생각은 없으니 나는 차라리 전사가 되어야겠다. 내 세계를 침범하는 자는 미친개가 되어 발광하며 물어뜨는 수밖에 없다.
근력운동의 고통 속에서도 스무 개를 채우면 성취감이 찾아오고 내가 더 건강해지는 것처럼, 인생의 위기도 겪고 나면 모종의 단단함을 획득하게 되리라고 믿는다. 버티다보면 끝나 있을 것이다.
그래도 기본적인 마음 자세는 확실히 바뀌었다. 단출하고 심플하게, 먼 나라에 여행 가는 사람처럼 살고자 하는 마음. 여행을 떠날 때는 가장 좋아하는 옷과 가장 좋아하는 신발, 가장 좋아하는 책만 챙길 수 있다. 여행지에선 물건을 살 적에도 그것이 결국 나를 내 가방을 무겁게 할 것을 알기에 한없이 신중해진다. 나는 그런 마음으로 살고 싶다. 나에게 무엇이 있는지 속속들이 파악할 수 있는 정도만 갖고 싶고, 집에 새로운 것을 들일 때는 그것이 짐이 되지 않도록 치열하게 고민하고 싶다.
앞으로 몸을 돌리려고 애쓴다. 이렇게 뒷걸음질로 나아가면 안돼. 앞으로 걸아야 해. 잘못된 길로 갈지언정 놓아야 할 과거는 놓고 맞이해야 할 미래는 맞이해야 해. 회한과 불안에 좀먹히면 안 돼. 똑바로 걷자. 그러지 못할 바엔 차라리 멈춰서 숨을 고르자.
그 모든 경험이 없었다면 나느 ㄴ오늘에 이르지 못했을 것이다. 시를 쓰지도 않았을 것이고, 새로이 사귄 수많은 친구도 없었을 것이고, 이 책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 무엇보다, 이렇게 순간순간이 새삼스러운 삶을 살지 못했을 것이다. 혼자 사는 인생은 매일매일 그 맛을 바꾸며 내 감각을 일깨운다. 달았다 하면 쓰고, 썼다 하면 시다. 애초 내가 안온한 삶을 떠나 홀로서기를 갈망했던 그 이유, 만사가 새삼스러운 삶이 지금 여기에 있다. 애니메이션처럼 아름답기만 하진 않지만 말이다.
인생은 결국 일인용이다.
나는 나와 반려하며, 나를 양육하며, 나를 살아내고 있다.
외로움
독거인의 마음 바탕색.
하지만 꼭 부정적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
배고픔이 위장의 허기라면
외로움은 관계의 허기.
때로 가득찬 위장보다
허기가 되레 뿌듯하고 감미로울 때가 있는데
외로움도 그와 같다.
관계의 과잉으로 영혼이 부대낄 때 (마치 과식처럼)
타자를 탐닉하느라 자아를 잃었을 때 (마치 식탐처럼)
우리는 사람을 굶어야 한다.
고독이라는 처방을 받아야 한다.
술
나를 웃게 하는 유쾌한 친구.
용기를 솟게 하는 호방한 친구.
혼자서도 춤추게 하는 흥 많은 친구이자
꺼리던 사람까지 품게 하는 정 많은 친구.
하지만
공포를 제거하는 무모한 친구.
기억을 앗아가는 도적 같은 친구.
다음날 뒤통수치는 뒤끝 있는 친구이자
내일의 행복을 가불해 쓰게 하는 대책 없는 친구.
느낀 점 :
부모님이 지방에 계시지 않고서야 독립이라면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리던지, 나이가 차서 일단 독립하는 것이 많을 것이다. 학교 다닐 때는 부모님이 지방에 계셔서 혼자 지내본 경험이 있고, 최근 게으른 나로 인해 부모님 집에서 살지만 오롯히 혼자 살아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더욱이 혼자인 것이 무섭다기보다 친한 사람들과 함께 재밌게 지내지만, 한편으론 나만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많이 느끼고 있었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내 집 마련 후 따로 살 생각하고 있었다. 이러한 시기에 이 책을 보게 된 것이 매우 시기 적절했다고 생각된다.
이 책은 이유는 다르지만 나처럼 독립을 고민 중인 사람이 실제 독립을 하고 적응하기까지에 경험했던 많은 부분들에 대해, 특히 감정적인 부분들을 많이 공유해주고 있다. 이상과 실제의 차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고, 실제 삶에 대해 좋은 점과 나쁜 점을 가감없이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과거 혼자 살아본 경험으로는 이상은 드라마에 나오는 깔끔하고 내 취향이 반영된 나만의 공간이겠지만, 실상은 피곤에 쩔어 귀찮아서 쌓아둔 빨래와 그릇이 가득한 공간이 되기 일수 였다. 이것처럼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을 통해 얻은 것들 외에도 집주인과 분쟁, 이웃집과의 분쟁 등을 오롯이 감당해 내야하는 생활이 담겨 있다. 하나 보태자면 작가분이 여성이라서 그런지 여성 시각에서 우려할 부분들도 많이 있었다. 남자라서 편한 부분도 있구나라는 점을 새삼 깨달았다.
이 책을 다본 날 친한 여자 사람 친구와 맥주를 마시는데 독립을 준비한다길래 바로 이 책을 권했다. 혼자서 살아 볼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한번 쯤 보면 좋을 것 같다. 혼자서 집 구하는 법이나 집을 판단하는 방법부터 자취 생활에 유용한 팁들도 많이 공유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혼자 살아감에 따라 필요한 감정적인 조언도 많이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내 경우에도 많은 부분에 대해 공감했지만, 특히 여성은 같은 시선으로 바라 볼 수 있어 공감을 더 많이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삶에 적용할 점 :
일단 대출부터 알아보자.
본 서평은 거인의 서재(https://www.facebook.com/groups/gshoulder/)에서 책 주셔서 감사히 읽고,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