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ng`s Life ★
마흔, 마음 공부를 시작했다 본문
일시 : 2019.12.13
제목 : 마흔, 마음 공부를 시작했다
저자 : 김병수
책 속 문구 :
실존은 '거기에 있음'입니다. '거기'란 하나의 자리, 공간입니다. 자신이 속해야 할 공간에서 평화를 느낄 수 있다면 그곳이 세상 그 어디라도 안정감을 느낍니다. 이곳저곳으로 옮겨다녀도 두렵지 않습니다. 어떤 곳에서도 정체성을 잃지 않습니다. 인간의 자리는 정체성의 표상입니다. 존재한다는 것은 어떤 장소, 즉 다른 누군가가 자신을 인정해주고 존중해주는 공간을 갖는 것입니다. 마음의 자리를누군가와 공유하는 것은 이 세상에 내가 존재한다는 증거를 남기는 일입니다. 남겨진 자리가 확고하다고 느끼면 자신이 사라지는 죽음도 덜 두렵습니다.
인간은 타고난 이야기꾼입니다. 이야기가 있어야 안도하는 것이 인간입니다. 무작위한 세상에서 의미를 찾으려고 끊임없이 이야기를 짓습니다. 그럴듯한 서사로 풀어낼 수 있어야 고된 인생을 견뎌낼 수 있습니다.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의미를 발견하고자 하는 본능의 표현이죠. 프리드리히 니체는 과거에 일어난 일을 역사로 만들 줄 아는 힘을 통해 인간은 비로소 인간이 된다고 말했죠. 언젠가는 사라지고 마는 나약한 존재에 불과하지만, 계속해서 흘러가는 이야기로 허무를 이겨낼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해결할 수 없는 일에 매달려 힘을 빼지 않고 묵묵히 자기 길을 가는 겁니다. (중략) 새로운 희망의 길은 언제나 수용에서 시작합니다. 받아들이지 못하면 변화할 수도 없습니다.
누구나 내 안에 다양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품고 있는데, 그중 어느 하나도 부정하지 않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에도 용기가 필요합니다.
마흔 이후에는 포기할 줄 아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마흔 이후의 지혜는 자신의 삶 속에서 늑대와 양이 공생할 수 있도록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데에서 비롯됩니다. 늑대와 양이 같이 살아가야 한다는 모순적인 상황을 감내할 수 있어야 합니다. 늑대가 배고픔을 느껴서 양을 잡아먹지 않도록 꾸준히 먹이를 주면서 돌봐야 합니다. 내 마음에 늑대가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부정하거나 제대로 돌보지 않으면 양도 지켜낼 수 없습니다.
정신건강에 가장 해로운 것은 무의미입니다. 삶에서 여러 의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뿐만 아니라 의미를 주는 것을 찾지 못하거나 잠시 망각하는 것이죠. 가치 있는 목표가 있는데도 그것을 추구할 의지를 잃어버리기도 하죠.
일탈이 없다면 내일은 오늘과 같을 것이고 자신의 미래가 뻔히 보이는 삶을 살게 될 겁니다. (중략) 일탈을 꿈꾸고 그것을 향해 몸을 던질 수 없다면 제대로 산다고 할 수 없을 겁니다.
모든 삶은 악조건 속에서도 살아가는 것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서 의미를 찾아내는 일입니다. 인간의 심장은 인생의 의미와 목적을 발견하고 그것을 달성하지 않는 한 멈출 수 없다고 하지 않던가요. 의미를 추구하려는 의지를 잃는 순간 인생의 시계도 멎게 되는 것이 아닐까요.
마음의 상처와 고통은 우리 삶에 허락도 없이 찾아옵니다. 극복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나약한 인간의 힘으로 이런 일들을 어떻게 극복해낼 수 있겠습니까. 고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의미를 찾아야 합니다.
정신과 의사 노릇을 하면서 깨달은 것 중에 하나가 고통 총량 불변의 법칙입니다. 사람들은 살아가는 동안 누구나 똑같은 정도의 고통을 겪어야만 한다는 뜻인데, 사는 동안 하늘이 자신에게 정해준 고통의 몫을 반드시 다 겪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것을 다 겪고 나면 죽음이 찾아오는 것이겠지요. 내 고통은 다른 사람의 고통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괴로운 것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이런 착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자기 자신을 너무 특별한 존재로 여기고 있거나, 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은 욕망의 삐뚤어진 표현일 수 있으니까요.
배우자를 있는 그대로 당신과 함께 존재하게 하는 것이 진짜 사랑이고 부부애입니다. 아내가, 그리고 남편이 나와는 완전히 다른 개성을 가진 존재라는 점을 진정으로 받아들이는 것에서 배려는 시작됩니다.
자기 생각을 받아들이라고 강요하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 폭력적인 행동입니다.
결혼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대화할 때 5:1 법칙을 따르면 좋습니다. 부부 사이에 하는 말 중에서 긍정적인 말과 부정적인 말을 5:1의 비율로 하면 배우자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집니다.
스트레스 받고 우울한 사람은 다른 사람이 자기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길 원합니다. 그러니 대화의 출발은 상대의 솔직한 감정을 언어로 정확하게 표현해주는 것입니다.
상대의 말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더라도 바로 따져 묻지 말고 일단 들어주는 것이 먼저입니다.
'당신의 마음을 듣고 싶어요'라는 바람을 간직한 채 침묵하며 기다리기, 표현하기 어려운 진심이 드러나도록 시간을 주며 기다리기 등 진정한 듣기의 힘은 기다림 속에서 발휘됩니다. 내 이야기를 듣기 위해 곁에서 기다리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확신은 힘든 고난을 견디게 하는 버팀목이 되어줍니다. 듣기는 사람의 인생을 지탱하는 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옳은 말로 타인을 변화시키려고 밀어붙이지 마세요. 언어와 논리로 타인을 장악하려는 욕심을 버리는 게 좋습니다. 설득하려고 목소리를 높일수록 내 생각은 타인의 마음에서 튕겨 나가니까요. 내가 옳다는 믿음으로 상대를 변화시키려고 하면 타인은 자신의 신념을 지키려고 방어 편향을 더욱 강화합니다. 자기 신념에 동조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은 건 무시해버리는 것입니다.
개인이 가진 뿌리 깊은 생각을 변화시키는 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 생각이 잘못된 것처럼 보여도 왜 그렇게 생각하게 됐는지 거슬러 올라가면 나름의 이유와 합리성이 있게 마련입니다. 그러니 누군가가 그것을 바꾸려고 덤벼든다면 어떨까요? 오히려 저항하며 자기 신념에 따른 행동을 더 많이 합니다. 심리적 역반응이 일어나고 불화는 오히려 더 커집니다.
타인에게 자신의 가치관을 강요하지 않고 내 기준으로 타인을 평가하지 않으며 개인을 길들이거나 통제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그나마 갈등이 조금이라도 줄어듭니다. 누구나 한계와 약점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각자 자기 삶에 만족하면 사람은 저절로 부드러워집니다. 타인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나의 행동방식을 타인에게 강요하지 않으며 각자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도록 심리적 거리를 지켜주어야 합니다. 팍팍한 현실에서도 타인에 대한 상냥함을 잃지 않기 위해 우리가 지켜야 할 원칙은 바로 이런 겁니다.
인간이 용서할 수 있는 대상은 자기 자신 뿐입니다. 다른 사람을 용서한다는 것은 인간의 영역 밖에 있는, 아무런 흠결도 갖고 있지 않은 존재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인간이 다른 인간을 용서할 수 있다는 자기애적 착각에서 벗어나야 비로소 분노를 멈출 수 있습니다.
부부를 대상으로 하는 심리치료 기법 중에는 '서로 사이가 좋은 듯 행동하기'라는 것이 있습니다. 마음으로는 그렇지 않더라도 사이가 좋은 것처럼 행동하려고 노력하면 실제로 갈등이 풀리고 사랑을 되찾게 된다는 것이 핵심 원리입니다. 제가 내담자들에게 제안하는 '미워도 손잡고 자기'와 다르지 않습니다.
느낀 점 :
책에서 말해주는 사추기라는 용어가 와닿는다. 내일 모레 마흔을 바라보고 있는 나이가 되니 다양한 생각이 든다. 얼마전 비슷한 시기의 사람들끼리 회사에서 교육을 다녀왔는데 누구나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현실적인 고민들은 대체로 회사에서는 중간 정도의 자리이자 조금 있으면 회사 생활의 끝을 염려해야 하는 시기이고, 집에서는 이제 막 가정을 시작했거나 어린 아이들이 있다는 것이다. 대체로 이런 고민들은 급하고 생계를 위협하는 중요한 고민들이기에 나는 잘 살아온 것인가?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 건가?라는 고민들은 사치스럽게 느껴진다. 그렇지만 분명 내면에 다들 생겨나는 고민 중에 하나다. 누구나 취업을 했다고 전부 만족하는 것이 아니고 이 일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새로운 도전을 하기에는 현실의 문제도 있지만, 없는 사람들도 어릴 적과는 달리 현실적인 목표를 생각하게 된다. 어릴 때처럼 내 삶이 이야기 속 주인공으로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장군이 명령하면 맨 앞에 달려가다가 죽는 일개 병사일수도 있다는 사실에 대한 자각이 든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머릿 속이 복잡하기만 한데 남아 있는 삶은 살아온 삶보다 훨씬 많이 남아있다. 백세 시대를 축복이라 해야하는 건지 모르겠다.
이런 고민을 하게 되는 것이 나만의 일이 아니고, 내 주변 만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책을 통해 알수 있고 저자는 당연한 고민이라며 사추기라는 호칭까지 붙여준다. 이로 인해 내 인생이 실패해서 이런 고민을 겪는 것이 아니고 누구나 겪는 시기의 일이라는 점에서 조금의 위로를 얻는다. 덤으로 삶에 관계 속에서 얻게 된 고민에 대한 일말의 위로 혹은 마음의 해결책들을 안겨준다.
나만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에 위로를 얻었지만 현실적인 그리고 삶에 방향에 대한 고민에 대해 아무런 해결책은 없다. 나는 누구인지에 대한 답을 해보려고 해도 그저 생각만 하는 것이 이것저것 직접 해봐야 알수 있다. 현실이라는 것이 있기에 이것저것 직접 해볼 수도 없다. 이렇게 흘러가는 것은 살아가는 것이 아닌 살아지는 것을 알지만, 살아지는 것조차 성공하신 분들께 대단하다고 존경을 표하고 싶다. 이런 질풍노도의 시기를 앞으로 어떻게 견뎌야 할지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런 시기를 겪는 것이 나혼자가 아니라는 점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삶에 적용할 점 :
사춘기는 망했었지만, 사추기는 어떻게 잘 견뎌내야 할지 생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