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ng`s Life ★
미안해요! 베트남 본문
일시 : 2017.07.30
제목 : 미안해요! 베트남
저자 : 이규봉
책 속 문구 :
'한국전쟁을 전후한 민간인 학살 -베트남 민간인 학살- 광주 민간인 학살'은 결코 독립된 사건이 아니다. 앞선 사건을 부정하고 왜곡했기에 연결되어 일어난 사건으로, 하나같이 공산주의자는 무조건 죽여도 좋다는 무의식 속에 무고한 시민을 빨갱이 또는 베트콩으로 몰아 죽이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만일 우리 국군(특히 육군)의 정통성이 임시정부 산하의 광복군이나, 그 뿌리가 된 신흥무관학교에 있었다면 생각이 좀 다르다는 이유로 동족을 이렇게 잔인하게 죽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리가 이 사건들의 진실에 관해 정치적 목적을 완전히 배제하고 오로지 휴머니즘의 입장에서 알리지 않는다면, 정치적 목적을 지닌 또 다른 민간인 학살이 발생하지 않으리라고 보장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역사적 진실을 발굴하고 왜곡을 바로 잡아야 한다.
끝으로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의 말을 인용하며 내 마음을 표현하려 한다.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는 민족은 역사의 반복을 경험한다."
일본이 우리에게 가해자였다면 우리도 베트남에게 가해자가 아닌가? 우리가 일제강점기에 입은 피해에 대해 일본에게 보상을 요구하는 것처럼 베트남도 우리에게 피해보상을 요구할 자격이 있는 것 아닐가? 베트남 사람들에게 잊을 수 없는 고통을 주고 벌어들인 돈으로 우리의 배고프고 고단했던 보릿고개를 극복하고 경제 발전을 이루었다면 더욱더 우리는 베트남인에게 가해자 아닌가? 일본인 스스로 그들이 감추고 싶은 역사를 들추고 있는 것을 보며 우리는 왜 침묵을 지키고 있는지... 심지어는 그런 일을 밝히면 아직도 빨갱이라고 지탄하는 일부의 행태에 너무도 마음이 아프다. 그들이 비록 요구하지 않았고, 우리가 그들에게 용서를 청하지는 않을지라도, 적어도 우리가 베트남에서 저지른 뼈저리게 아픈 역사를 올바르게 알아야 하지 않을까?
'남조선 용병'이란 표현을 직접 대하고 나서 기분이 암울해진다. 베트남 사람은 우리가 전쟁에 참여한 것은 어렵고 힘들었던 시절 단지 돈을 벌기 위해 미국을 대신해 싸워 준 정도로 생각한다. 심지어는 한국이 저지른 학살도 미군이 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너희는 용병일 뿐이다. 모든 책임은 미국에 있다"라고 베트남 사람은 말한다.
한국군이 주로 주둔한 곳은 북쪽의 다낭과 남쪽의 냐 짱 사이의 중부 5개 성으로 베트남이 통일되기 이전 옛 참파 왕국이 있던 곳이다. 따라서 베트남에서 한국 군인에 의해 민간인 희생이 매우 컸던 곳은 중부에 있는 꽝남, 꽝응아이, 빈딘, 푸옌, 그리고 카인 호아 5개 성이다.
베트콩은 한국군들이 양민들에게 보복하는 것을 알고 있기에 가능한 한국군과의 교전을 피하려 했다고 한다.
서울에서는 미군이 입성하기 전에 건국준비위원회가 중심이 되어 조선인민공화국(이하 인공)을 수립하고 내각도 발표했다. 그러나 소련과 달리 미군은 인공은 물론 임시정부 그 어느 것도 인정하지 않고 일제의 통치 기구를 이용했다. 미국은 오직 한국을 소련의 팽창을 저지하기 위한 전진 기지로 삼았다. 미군정은 일제강점기 시절 부역한 경찰을 찾아내 다시 경찰로 활동하게 해 경찰 간부 대부분을 일제 경찰 출신으로 채웠다. 미군정은 경찰을 해방 전에 비해 두 배나 늘리고 중앙집권화해 직접 지휘했다. 이에 대해 커밍스는 해방기의 비극과 미국 책임의 깊이는 무엇보다 점령 기간 중의 한국 국립 경찰의 역사에서 뚜렷히 나타난다고 했으며, 미군정 관리인 맥도날드는 이렇게 조직된 경찰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남조선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었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친일의 전력이 있고 민족을 배반해 일제에 부역한 경찰이 중앙집권 체제로 더욱 강화되자 경찰을 법을 지키지 않았다. 이는 민주주의에 가장 심각한 위협이었다.
아무리 해방 정국이 혼란스럽고 새로운 국가 건설을 위해 기능적인 효율이 필요하다고 할지라도 민족을 배신한 세력은 기회가 오면 또 다시 자신의 안위만을 위하기 때문에 단호히 선별해 응징했어야 하는데 우리는 그러지 못했다.
공수특전단의 시위 진압이 얼마나 잔인했는지는 현장을 목격한 기자가 그 야만적인 행위를 표현할 적절한 단어를 찾기 힘들었다며 다음과 같이 한 말에서 짐작할 수 있다.
만행, 폭거, 무차별 공격 같은 단어는 너무 밋밋해 성에 차지 않았다. 그래서 떠올린 단어가 '인간 사냥'이었다. 젊은 여자, 그것도 옷맵씨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고 예쁘장한 여자일수록 가해지는 폭력은 더 심했다. 옷을 찢는다는지 가격하는 신체 부위가 여체의 특정 부위에 집중됐다. 그것을 어떻게 표현해야 되는가? 백주겁탈, 폭력난행, 성도착적 무력 진압 등의 표현들이 얼핏 떠올랐으나 그것 역시 광주 상황을 전하기엔 적절치 못했다.
이 피의 광란을 주도한 신군부는 공수 특전부대 사령관 정호용을 비롯한 살인마 66명에게 훈장을 수여했다.
강준만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는 파병 군인의 송금과 미군의 물자 조달 등으로 연간 2억 달러 수입을 벌었다. 참전 군인들이 벌어들인 외화는 그들의 부모형제가 사는 한국 사회의 농촌 구석구석까지 전해졌다. 결국 경제적인 이익 앞에 우리는 폭력에 대해서 무감해지고, 다수의 이익을 위해서는 소수가 희생되어도 좋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따라서 베트남 파병은 광주 민간인 학살과 무관할 수가 없다.
아렌트 H. Arendt는 말했다.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자비가 아니라 정의이다. 정의가 없는 동정은 악마의 가장 강력한 공범자의 하나이다." 반성이 없으면 용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선은 진실을 밝혀야 하고 가해자는 반성하고, 그때야 비로소 피해자는 용서해 화해와 상생으로 가게 되는 것이다. 반성이 없는 그들을 정치적으로 용서하면 정치적으로 소기의 목적을 획득할 수는 있겠으나 결국 미래의 범죄를 막을 수 없어 동시에 공범자가 되는 것과 같다.
느낀 점 :
베트남과 전혀 관계없던 책을 읽으며 라이따이한과 베트남 전쟁에서 한국군의 행동에 대한 이야기를 알게 되었다. 사실을 알기만 하고 자세히 알아볼 생각없이 있던 차에 베트남 여행을 계기로 관련 책들을 찾아 읽던 중에 베트남 전쟁 중 한국군의 행동에 대한 내용들이 많이 기술되어 있어서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자는 마음으로 이 책을 찾아 읽게 되었다.
역사책은 보통 승자의 역사라고들 한다. 승자들이 자신들의 입장에서 많이 기술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말은 내게 역사책이 객관적일 것이라는 맹목적인 믿음을 최소화하게 도와준다. 이 책의 내용들이 어디까지 진실이라고 믿어야 할지는 모르겠다. 다만 이 책에서는 한국의 역사 속에 이어져 오는 민간인 학살의 역사를 하나의 맥으로 이어주고 있다. 일본군이 독립군을 잡기 위해 시작했던 것이 제주 4.3 사건, 한국 전쟁 속 무수히 많은 민간인 학살 사건, 베트남 전쟁 속 민간인 학살 사건, 광주 5.18 민주화 운동 당시 민간인 학살 사건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 내용이 사실이고 아니고를 내가 판단하기 이전에, 나는 과연 과거를 제대로 반성하지 않은 것에 대한 댓가가 너무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군인도 아닌 민간인을, 아이나 노인을 가릴 것 없이 무차별 죽이는 잔혹한 과거가 반복되는 그 이유에 대해 일제 잔재 청산에 실패한 것 때문이라고 말한다. 사실 여부를 따지거나 이 단 하나의 원인이 결과로 이어진 것은 아닐테지만 잘못에 대한 반성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이라도 더 이상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자랑스러운 역사 뿐만 아니라 우리가 잘못했거나 실수했던 기억들까지 정확하게 직시하고 잘못을 반성하고 나아가야 할 것 같다. 더불어 한국사에 잔혹하다고 유명한 두 민간인 학살에 내 삶이 많이 연관되어 있음이 느꼈다. 역사의 큰 흐름 뿐만 아니라 나 개인에게도 내가 살아온 길에 잘못한 점에 대해서는 철저히 객관적으로 잘못을 뉘우치고 다시는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필요한 것 같다.
삶에 적용할 점 :
나 개인의 삶에 있어서도 부끄러운 과거를 직시하고 반성하고 앞으로 반복되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노력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