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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ng`s Life ★

떨림와 울림 본문

Books

떨림와 울림

퐁~★ 2019. 1. 4. 11:44

일시 : 2019.01.04

제목 : 떨림과 울림

저자 : 김상욱

책 속 문구 :

예술은 우리를 떨게 만든다. 음악은 그 자체로 떨림의 예술이지만 그것을 느끼는 나의 몸과 마음도 함께 떤다.

인간은 울림이다. 우리는 주변에 존재하는 수많은 떨림에 울림으로 반응한다. 세상을 떠난 친구의 사진은 마음을 울리고, 영화 <레미제라블>의 '민중의 노래'는 심장을 울리고, 멋진 상대는 머릿 속의 사이렌을 울린다. 우리는 다른 이의 떨림에 울림으로 답하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나의 울림이 또 다른 떨림이 되어 새로운 울림으로 보답받기를 바란다. 이렇게 인간은 울림이고 떨림이다.


들리지 않는 소리가 있듯이, 보이지 않는 빛이 있다. 눈에 보이거나 귀에 들리는 것이 세상의 전부는 아니다.


공간과 시간을 인지하는 것은 특별한 훈련이 없어도 가능한 것 같다. 그래서 칸트는 시간과 공간을 인간이 선험적으로 갖는 인지구조라고 보았다. 우주가 시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어서가 아니라, 우리가 그 틀로 세상을 본다는 것이다.


사람, 나무, 흙, 공기, 스마트폰 모두 원자로 되어 있다. 물체를 이루는 원자의 수준으로 내려가면 전자같은 기본입자들은 서로 구분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완전히 독같다. 우리가 보는 물질은 그 자체로 실제가 아니라 그 뒤에 숨어 있는 장의 일부분, 형상의 결과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때로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인생을 살아가며 지켜야 할 중요한 가치들을 위상수학적 구멍의 개수에 비유할 수도 있다. 구멍의 개수를 유지할 수 있다면 어떤 변형도 받아들이며 자유롭게 살아보는 것은 어떨까? 위상수학적으로는 모두 동등한 삶이다. 삶의 겉모습을 몇 배로 늘리는 것에는 집착하면서 정작 바꿀 수 없는 인생의 가치에 무관심했던 것은 아닐까? 나에게 있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인생의 가치는 무엇일까? 위상수학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미래를 다 아는 존재에게 현재를 산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소설에서 작가는 이렇게 설명한다. "어떤 대화가 되었든 헵타포드는 대화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미리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지식이 진실이 되기 위해서는 실제로 대화가 행해져야 했던 것이다."


살다 보면 남과 다툴 일이 있다. 여기에는 자기가 옳고 남은 틀리다는 생각이 깔린 경우가 많다. 지구에서 보는 우주만이 옳은 것이 아니라 달에서 본 우주도 옳다. 달이 지구 주위를 도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달 위에 정지해 있는 지도 모른다. 다투기 전, 달에 한번 갔다 오는 것은 어떨까.


우주에 빈 공간은 없다. 존재가 있으면 그 주변은 장으로 충만해진다. 존재가 진동하면 주변에는 장의 파동이 만들어지며, 존재의 떨림을 우주 구석구석까지 빛의 속도로 전달한다. 이렇게 온 우주는 서로연결되어 속삭임을 주고받는다.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크지만 부분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고체에 불순물이 없어도 온도가 높아지면 저항이 커진다. 온도가 높아지면 물질을 이루는 우너자들이 더 격렬하게 요동치는데, 이는 원자들의 규칙적인 구조가 더 많이 깨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장애물이 똑같이 생겼더라도 이들이 제자리에 있지 않고 흔들거리면 방해된다는 뜻이다. 불순물 하나 없이 순수한 결정 물질의 온도가 절대 0도가 되면 저항은 사라진다.


혹자는 빈부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과학기술을 더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이 물질의 풍요는 문명 과학기술의 발전 덕분이다. 하지만 부를 분배하는 것, 즉 분포의 표준편차를 줄이는 것은 또 다른 이슈다. 온도는 표준편차가 결정한다. 우리가 아무리 부의 평균을 높이더라도 표준편차를 줄이지 못하면 사회는 뜨거워진다는 말이다.


수학은 자연을 믿을 수 없을 만큼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기술한다. 수학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이 물리법칙이 된 예는 없다. 물리학자는 외계인을 만나더라도 수학으로 소통이 가능할 거라 믿는다. 우주가 정말 수학으로 쓰인 것인지 우리가 수학의 틀로만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수학이 없다면 물리도 없다.


그렇지만 인간은 의미 없는 우주에 의미를 부여하고 사는 존재다. 비록 그 의미라는 것이 상상의 산물에 불과할지라도 그렇게 사는 게 인간이다. 행복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행복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게 인간이다. 인간은 자신이 만든 상상의 세계 속에서 자신이 만든 행복이라는 상상을 누리며 의미 없는 우주를 행복하게 산다. 그래서 우주보다 인간이 경이롭다.


과학은 불확실성을 안고 가는 태도다. 충분한 물질적 증거가 없을 때, 불확실한 전망을 하며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 과학의 진정한 힘은 결과의 정확한 예측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결과의 불확실성을 인정할 수 있는 데서 온다. 결국, 과학이란 논리라기보다 경험이며, 이론이라기보다 실험이며, 확신하기보다 의심하는 것이며, 권위적이기보다 민주적인 것이다. 과학에 대한 관심이 우리 사회를 보다 합리적이고 민주적으로 만드는 기초가 되길 기원한다. 과학은 지식이 아니라 태도니까.


느낀 점 : 

물리학자가 쓴 책인데 책 제목은 떨림과 울림이다. 과학자가 바라 본 세상은 공학자가 바라보는 세상과 별반 차이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반도체 설계 업무로 밥을 먹고 살지만 관심사는 예술 쪽에 더 많은 나도 과학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경험과 사실에 기반한, 어찌보면 정 없고 무미건조한 세상이다. 물리학자 김상욱의 눈으로 본 세상을 통해 과학의 눈으로 보는 세상도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고 마음에 떨림과 울림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선 이 책의 첫 느낌은 고등학교 시절 읽었던 수학없는 물리를 떠올리게 한다. 이 세상의 다양한 과학적 현상들을 말로 설명하고 있다. 사실적이나 복잡한 수식으로 잔뜩 적혀 있던 전공 서적보다 현상에 대한 이해가 더 간편하게 잘 되는 교양 서적이다. 전자기학, 양자역학부터 오비탈 이론까지 저자는 도표, 그래프, 수식없이 친절하고도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다. 물론 전공자의 눈으로 볼 때 이야기할 것들이 조금 보이기는 하지만, 비전공자에게 핵심 개념만 설명하기에 더 없이 훌륭했다. 다른 하나는 그저 과학적 현상으로 지나쳤던 것들에서 느낀 감정들이다. 빛의 보이지 않는 스펙트럼을 보고 느껴지는 것만이 세상이 전부가 아니라는 깨달음이나 위상수학을 통해 인생을 살아가며 지켜야할 중요한 가치에 대한 재고, 지구와 달에서 보는 관점 차이를 통해 남과 나의 다름 등 단순 과학적 사실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에서 인생에 대한 저자의 통찰을 보며 나 또한 새로운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저자는 전자 공학을 알고 있는 내게도 새로운 통찰을 얻을 수 있는 새로운 과학적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과학 이야기를 우리의 삶으로 연결하며 우리에게 삶에 대한 새로운 생각과 마음 속 울림을 주고 있다. 이 점이 이 책의 매력이다.


삶에 적용할 점 : 

일상적이었던 것에서도 자그마한 생각 차이에 의해 삶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과 감동을 얻을 수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