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ng`s Life ★
김이나의 작사법 본문
일시 : 2018.10.25
제목 : 김이나의 작사법
저자 : 김이나
책 속 문구 :
눈이 트이고 난 뒤 보이는 가사는 일반 대중일 때 보던 가사와는 전혀 다른 세계의 글이다. 작사가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명심하라. 마치 외국어처럼, 어느 순간 귀가 트여 낯선 말들이 들어오듯 음악으로서의 글자가 보이는 때가 있다. 그러니 많이 듣고 분석하라. 내 맘에 드는 가사만 놓고 보지 말고, 히트를 친데다 롱런하는 곡이 있다면 왜 그 가사가 좋은 건지, 왜 그 가사를 작곡가나 제작자가 선택한 건지 파고들어라. 이것만 미리 훈련해놓아도, 당신에게 온 기회를 단숨에 잡을 확률이 아주 높아질 것이다.
'초심보단 요령'이라는 잘못된 생각은 아무리 경계해도 가랑비에 옷 젖듯이 사람을 파고든다. 오래 일하고 싶은 욕심이 있거든, 경계하고 또 경계해야 한다.
연예 관련 커뮤니티에서 자주 보였는데, 그 사람에 대해 아는 거라곤 TV를 통해 본 겉모습밖에 없으면서 그에 대해 잘 아는 것처럼 추측하는 행동을 '궁예질'이라고 한단다. 마치 '관심법'을 써서 타인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다고 주장했던 궁예처럼 모든 걸 꿰뚫어보는 양 행동하는 걸 비꼬는 표현인가보다.
세상엔 거짓말보다 황당한 진실도 있고, 누가 봐도 진실 같지만 극소수만 아는 거짓말들이 있다. 마치 퍼즐 조각을 맞추듯 근거를 모으지만, 그조차 자신들이 완성하고자 하는 그림을 정해놓고 모으는 파편들일 뿐이다. 그러니 진실을 이야기한들 소용없는 때가 온다면, 차라리 그것을 자신만의 신비로운 영역 안에 넣어버려라. 그리고 내 것이 드러나지 않길 바라는 만큼, 남의 것을 캐지 말라. 이 이야기는 절대 연예인만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당신과 내가 명심해야 할 이야기다.
나이 들어가며 함부로 나의 솔직한 속내를 터놓지 않는 것은, 꼭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숨기고 싶어서가 아니다. 그것이 유발하는 크고 작은 파도(이를테면 앞으로의 나에 대한 판단 등)들가지도 내가 감당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모든 걸 말할 수 있기 때문에 점점 더 신중해질 뿐이다.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내가 어떻게, 얼마큼 힘든지 알아보리는 게 싫다. 나로 인해 또다른 걱정이 생기게 하는 걸 테니까.
이렇듯 진짜 솔직함이란 귀하다. 내가 마음만 먹어서 될 일도 아니고, 상대와의 합이 맞아야 오갈 수 있는 것이기에.
하지만 때로는 미친듯이 다 털어놓고 싶다. 징징대고 싶다. 중2병이라고 욕먹을 이야기를, 온전히 상대를 믿고 늘어놓고 싶다.
나만 이럴까, 당신도 그런 거 아닐까, 그렇다면 가끔은 서로에게 속내를 이야기해도 되는 것 아닐까.
사람은 누구나 트라우마가 있다. 작든, 크든, 그리고 그것을 스스로 트라우마라고 인지하면, 어느 정도 극복이 된다. 설혹 극복은 안될지언정, 적어도 내 성격을 모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게 할 순 있다. '저녁하늘 포비아'가 어릴 적 트라우마였다는 사실이 객관화되고 나니, 흥미로웠다. 심지어는 뭔가 서정적으로 느껴졌다. 오, 감수성 있는 어린이였구먼, 하면서.
트라우마는 나쁜 습관을 남긴다. 이 가사에서 그 나쁜 습관은 '누군가에게 맘을 줄 때 반을 남기는'것이다. 떠나는 순간이 두려워서 현재를 반밖에 쓰지 못하는 심리는 방어가 아닌 '고장'이다.
당신에게는 어떤 트라우마가 있는가. 스스로 인지하지 않는다면 이상한 종류의 공포로, 또는 두려움으로, 심지어는 자격지심으로 변질되어 당신을 못난 사람으로 만들고 있을지도 모른다. 스스로의 모습을 솔직하게 대면해보자. 그래서 몇 가지 트라우마가 발견된다면, 일석이조의 행운이 오는 셈이다. 좋은 가사 테마와 조금은 건강해진 자아!
나는 내 그릇에 맞는 글을 써야 남들의 마음도 움직일 수 있다고 믿는다. 더 좋은 가사를 쓰려면 더 큰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나의 신조는, 대단히 훌륭한 취지보다는 현실적인 욕심에 기초해 있다. 남들의 마음을 움직여야 '작사만'하는 사람으로서 살아남을 것이 아닌가.
하지만 꽤 많은 사람들이 감정적으로는 이 비슷한 경험을 해본 적 있지 않을까? 떠나가는 상대를 잡고 싶은 게 아닌, 그 사람과 완성한 자신이 망가지는 것 같아서 오는 두려움. 그리고 그 두려움으로 인해 나오는 비정상적인 행동들. 결국엔 모든 걸 그르치는 '폭주'.
느낀 점 :
작사에 대해서 생각해 본적이 있었던가? 음악가도 아니고 음악 관련 일을 하지도 않는다. 그저 어느 한국인들과 같이 음악을 듣고 따라 부르는 것을 좋아한다. 음정 박자는 신경쓰지 않고서. 슬픈 날 슬픈 노래 가사는 모두 내가 하는 대사 같고, 사랑할 때 사랑 고백하는 노래는 모두 내가 하는 말 같다. 이 과정에 이 노래 코드가 minor인지 major인지 나는 따지지 않는다. 실제 음악 듣고 연주하거나 부르는 걸 좋아하는 사람치고는 심하게 관심이 없다. 이만큼 내가 좋아하면 그만이지란 생각 뿐, 이 노래의 구성이나 어떤 치열한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 지에 대해 생각해본 적 없다. 그저 창작은 어렵다라는 막연한 추측만 했다. 이 책을 읽으며 처음 생각해본 것 같다.
작사란 작곡된 멜로디에 옷을 입히는 과정이다. 멋진 멜로디를 더욱 감동적이게 만들어 줄 수 있고, 사람들에게 노래가 하나의 사연으로 다가갈 수 있고, 듣는 이에게 하나의 경험을 선물해 줄 수 있다. 내 경우에 좋아하는 노래를 떠올릴 때 멜로디만 좋은 노래도 없고, 가사만 좋은 노래도 없었다. 둘 다 하나라도 이상했으면 안좋아할 것 같다. 작곡과 동등한 위치에 있는 것이 아닌가란 생각을 했지만, 좋은 멜로디에 덜 좋은 가사가 있는 곡은 좋게 들릴 수 있어도 별로인 멜로디에 좋은 가사가 있는 곡이 좋게 들리기는 어렵다는 작가의 말에 의하면 멋진 옷이라는 비유가 적절한 것 같다.
좋은 가사를 위해 작가는 다양한 인간 세상의 삶의 모습이 반영된 진정성 있는 글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 그 글에 작곡된 곡의 구조와 리듬에 맞고, 부르기 좋은 발음 등을 고려해서 만들어 진다고 했다. 내게는 좋은 글을 쓰는 것도 어렵고, 운율이나 발음 등을 고려하는 것도 어려운데, 이에 더해 멜로디에 어울림을 따져야 한다. 여기에 더해 제작 일정 상 대체로 단기간에 나와야 한다. 내게는 불가능한 일이구나라고 생각되었고, 작사가라는 분들이 정말 대단하게 보였다. 작곡가나 가수에 비하면 작사가에 대한 인식이 동등하지는 않았는데, 책을 통해 상당히 어려운 일이며 대단한 사람들이라고 느끼게 되었다.
작사가 김이나는 본인을 생계형 작사가라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며 작사에 대한 많은 이야기도 했지만 작가는 삶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들을 통해서 우리의 삶을 되돌아볼 기회를 제공했다. 문득 생계형 배우 성동일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먹고 살기 위해서 연기를 할 뿐이라며 자신을 낮추는 배우 성동일은 많은 사람들이 알지만 연기를 매우 잘하고, 진정성 있는 연기를 한다. 작사가 김이나도 이와 같은 맥락의 생계형 작사가라고 생각된다. 사람들의 삶을 면밀히 관찰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울릴 수 있는 진정성 있는 가사를 쓰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작가가 작사를 해온 과정을 설명하는 것에 더해 중간 중간 던진 작가의 생각과 조언들이 녹아 있다. 작가의 진정성 어린 가사를 만들며 생각한 것들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내놓는 생각과 조언들은 내 삶도 다시 한번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했다.
삶에 적용할 점 :
초심 유지, 근거 없는 의혹 자제, 트라우마 인정하기 등 작가로 인해 새로 느낀 것들에 다시 고민하기, 그리고 인간 세상에서 살아가는 내 삶의 태도를 고민하고, 반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