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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ng`s Life ★

완벽한 타인, 2018 본문

Movie

완벽한 타인, 2018

퐁~★ 2018. 11. 27. 09:53

완벽한 타인, 2018


오랜만에 영화를 화려한 영상미나 울림 있는 음악없이 순수하게 이야기로 감상한 영화다. 개인적으로는 연극같은 영화였다. 제목은 잘 기억이 안나지만 대학로 소극장 연극을 자주보던 시절 술집을 무대로 배우들이 실제 술을 마시며 이야기하던 연극과 같은 동선을 갖고 있다. 술집이라는 제목의 연극이 있긴 한데 맞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이 연극처럼 배우들이 앉아 있는 식탁을 배경으로 가끔 베란다가 나올 뿐 크게 벗어나지 않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주로 배우들의 대화와 행동으로 표현하고 있다. 또한 마지막 자막을 통해 메세지를 던진 것도 연극적인 요소라고 생각했다.


영화는 조금은 과장되었지만 누구라도 갖고 있는 남들에게 말할 수 없는 비밀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우리 모두 남들에게 말하지 않는 비밀이 있다. 이 비밀이 가벼운 일탈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 큰 상처를 줄 수도 있는 차이가 있을 뿐 없는 사람은 없으리라 생각된다. 나 또한 영화 속 주인공들처럼 큰 사건들은 없지만, 정확히 머리 속에서 정리되지 않아서라거나 남에게 말하기 부끄럽거나, 남들이 보기에 비난할 것 같아 남이나 가족, 가장 친한 지인들에게 조차 말하지 못하는 사정들이 있다. 누구나 갖고 있을 수 있는 비밀의 소재를 대상으로 개기 월식에 빗대 조금은 과장된 사연을 바탕으로 풀어내고 있어 공감할 수 있는 요소가 많았다.


처음에는 그저 극중 문학 소녀인 염정아가 남편에게 서운한 마음을 드러내기 위한 시라고 생각했다. 가볍게 시보다는 케릭터의 성격에 더 집중했었는데, 극 중 염정아가 말한 시들의 내용을 생각해보니 염정아가 많은 대사와 행동을 통해 심정을 말한 것이 아님에도 극 중 염정아의 심정이 확 다가온 것은 시의 역할이 컷던 것 같다. 짧은 시 몇 소절임에도 많은 것을 울림있게 전달 되었다.


영화에서 조진웅이 말하지만, 부부 사이 혹은 막역한 친구 사이에도 비밀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결혼은 못해봐서 모르겠으나, 부부 사이에서 비밀의 영역까지 공유하는 것은 과한 정보가 아닐까 생각된다. 인생을 같이 살아가는 사이기에 개인적 일상이나 향후 계획까지 서로 공유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순간적으로 지나가는 개인의 생각이나 과거 사랑인 줄 착각했었던 사람과의 추억 등등까지 서로 공유해야 마땅한 것인가에 대한 생각에는 부정적이다.


우리 모두에게는 남에게 알릴 수 없는 혹은 알릴 필요가 없는 비밀의 모습이 있다.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것을 사랑하는 것이 사랑이라고 하지만, 이런 사랑이 사람으로써 가능할 것인가 의문이다. 또 함께 인생을 살아가는 동반자적 입장에서 바라볼 때 상대와 나 사이에 비밀 한 두개쯤은 갖도록 해서 서로 살면서 숨쉴 수 있는 틈을 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된다. 상대 몰래 전재산을 날린다던가 한 순간의 연정이 아닌 바람을 피운다는 가 등의 앞날을 약속한 사람과 관계를 기만하는 비밀이 아니라면 적당히 한 두개 쯤은 되려 관계를 오래 지속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유시명, '잠수'

사랑 속에 얼굴 담그고

누가 더 오래 버티나 시합을 했지

넌 그냥 져주고 다른 시합하러 갔고

난 너 나간 것도 모르고

아직도 그 속에 잠겨 있지


서덕준, '장작'

너는 몇 겹의 계절이고

나를 애태웠다.

너를 앓다 못해 바짝 말라서

성냥불만 한 너의 눈짓 하나에도

나는 화형당했다.


김소월, '첫사랑'

내가 만약 달이 된다면

지금 그 사람의 창가에도

아마 몇줄기는 내려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