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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ng`s Life ★

뮤지컬, 루나틱 본문

Movie

뮤지컬, 루나틱

퐁~★ 2018. 11. 10. 13:53

뮤지컬, 루나틱 

2018.11.09


개인적으로 연극의 매력은 소극장에서 관객과 소통하며 보는 거라고 생각하기에 대학로 연극은 믿고 보는 편이다. 이렇게 말하는 거에 비해 대학로가 내게는 접근성이 너무 안좋다는 핑계로 자주 보지 못한다.


소극장 연극 분위기의 뮤지컬 공연 루나틱은 한 마디로 "재미와 감동, 교훈까지 모두 갖춘 뮤지컬"이라고 생각한다. 얼마나 재밌게 봤는지는 내가 사진까지 올린 글을 작성하는 걸로 느낌이 오지 않을까 싶다. 관객과의 소통을 넘어 관객이 뮤지컬의 주인공이 되게 만들어 주고, 단순한 재미와 감동에서 멈춘 것이 아니라 나아가 한번 더 삶의 태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루나틱이라는 이야기를 통해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흔히 우울증은 정신에 오는 감기라고 한다. 하지만 세상에서 우울증은 그냥 미친놈이다. 환각이 보이고, 환청이 들리는 것부터 자폐증, 조울증, 우울증 등까지 우리는 다 미친놈 취급이다. 그나마 의처증, 결벽증, 포비아 같은 것들은 겉으로 티가 덜 나서 그런지 정상인 취급이다. 이분법적인 사고 속에서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정신의 상태는 감출 수 있는 사람들은 누구라도 미친놈이 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겉으로 드러나지 않기에 남들이 알아봐줄 수도 없고, 본인도 잘 알아채질 못한다. 인정하기도 싫은 데 잘 알아챌 수도 없는 병이 정신병이다. 이 정신병을 심하고 약하고를 떠나서 인정하는 것 자체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본인이 인정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나아질 것인가. 계속 안고 살아가며 본인도 주변도 힘든 삶을 살아갈 수 밖에 없다.


우리는 미친 사람에 대해 의학적인 근거 없이 가장 쉬운 판단 기준은 보통의 사람들과 같은 지다. 나 또는 우리와 다른 사람을 미쳤다고 한다. 그런데 세상이 미쳤다. 현재 이 세상에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정상인 것이 없다. 그렇다면 모두가 미쳐버린 세상 속에서는 누가 정상인이고 누가 미친 사람인 것인가. 미친 사람은 내 정신이 이상하다는 것을 인정한 사람이고 인정하지 않은 사람은 정상인인 것인가. 세상에 적응하고 정상인으로 살기 위해 노력하는 우리들의 세상이 모두가 미쳐버린 세상이라면, 정상인이 되고자 노력하는 우리에 의해 더욱 미쳐가고 있을 수 있다. 또 이 속에서 살기 위해서는 더 미쳐야 살아남을 수 있다.


루나틱은 이 이야기 전달에 있어 두 가지 방법을 선택했는데, 하나는 작가를 대변한 문닥터의 대사를 통한 방법과 다른 하나는 나는 정말 관객이라고 착각했던 덩치 좋고 잘생긴, 그러나 오늘 무슨 횡재인지 연극에 맨 앞에 앉아 이 참여형 공연을 전적으로 누리던 한 남성을 이용한 방법이다. 그저 일반인으로 보이며 공연에 대한 리액션이 유달리 좋던 한 객석의 남성의 이야기를 해보자고 할 때도 난 깨닫지 못하다가 남성의 "형수요"라는 대사에 까무러쳤다. 반전도 있다니, 이 이야기에 없는 요소를 모르겠다.

강한 반전의 충격과 함께 특정한 사연이 있어서 정신이 무너져서 헛것이 보이는 것만이 정신병이 아니라 세상 속에는 정상인처럼 행동하지만 비틀어져버린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줬다. 이를 통해 정상인과 미친 사람의 경계를 확실히 부셨다. 


이런 현실 속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위로와 해결 방책으로 춤과 노래를 제시한 것 같다. 나같이 둔한 사람은 앞선 문제 제기에 대한 답으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 지 확실히 못느꼈지만, 춤과 노래로 현실을 인정하고 자유롭게 내 속에 감정을 발산하며 사는 것을 제시했다고 생각한다. 기쁠 때 신나게 웃고 떠들고 춤추고, 슬플 때 한 없이 울고 위로 받는 것이 나이가 들수록 사회적 압박에 의해 감정을 삭여야 하고 감춰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미친놈까진 아니여도 감정 제어를 못하는 모자란 사람이 된다. 신나게 웃고 떠들며 원 없이 울고 징징거려 본 적이 언제였던가. 이럴 수만 있다해도 우리 안에 많은 정신적 문제들이 사그라 들지 싶다. 


공연 중간과 끝에 문닥터는 지속적으로 말한다. 미친 세상 속 정상인은 누구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전지적 시점에서 관객에게 연극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지속적으로 말하고 있다. 이 말이 없었어도 몇 가지 연극적 장치에 의해 정상인과 미친 사람의 차이에 대해 고민했을 것 같지만, 덕분에 공연 중에는 편하게 즐기면서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게다가 처음부터 끝까지 춤과 노래를 통해 정신병을 치유하는 이 뮤지컬은 아픈 이야기를 할 때도, 비극적인 이야기를 할 때도 거의 유쾌함을 잃지 않는다. 추가로 배우들이 관객의 호응 유도를 정말 잘한다. 배우 등장이 객석 뒤편에서 시작하는 것도 이제와 생각해보니 관객의 마음을 열고 시작하려는 것이었나 싶다. 마지막에 배우와 관객이 다 같이 춤과 노래하며 끝나는 것도 너무 즐거웠다. 개인적으로 이런 이야기를 좋아한다. 이야기를 들을 때는 웃고 울고 즐겁게 즐기면서 보지만 집에 갈 때는 즐거웠던 추억, 감동에 더해 하나의 생각할 거리를 안고 가는 것이다. 


[공연 후 포토 타임 사진] "나를 보고 V자를 해주신 거라 아직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