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
일시 : 2017.10.29
제목 : 82년생 김지영
저자 : 조남주
책 속 문구 :
"너 항상 내 앞자리에 앉잖아. 프린트도 존나 웃으면서 주잖아. 맨날 갈게요. 그러면서 존나 흘리다가 왜 치한 취급하냐?"
"우리 학교도 웃기지? 너무 똑똑해서 부담스럽다고 할 때는 언제고, 학교 지원 하나 없이 혼자 준비해서 합격하고 나니까 자랑스러운 동문 타령이야."
잦은 야근과 주말 근무까지 팀장이 해결할 수는 없었따. 월급 대부분을 베이비시터에게 쏟고도 늘 동동거리며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아이를 부탁하고, 남편과 매일 전화로 싸우고, 급기야 어느 주말 아기를 업고 사무실에 나타난 후배는 결국 회사를 그만두었다. 미안하다는 후배에게 팀장은 어떤 말도 해 줄 수가 없었다.
마지막으로 가장 끝자리에 앉아 말없이 앉아 고개만 끄덕이던 중년의 남자 이사가 물었다.
"여러분이 거래처 미팅을 나갔단 말입니다. 그런데 거래처 상사가 자꾸 좀, 그런, 신체 접촉을 하는 겁니다. 괜히 어깨도 주물주물하고, 허벅지도 슬쩍슬쩍 만지고, 엉? 그런거? 알죠? 그럼 어떻게 하실 겁니까? 김지영 씨부터."
그리고 가장 오래 모범 답안을 고민했을 마지막 면접자가 대답했다.
"제 옷차림이나 태도에 문제가 없었는지 돌아보고, 상사분의 적절치 못한 행동을 유발한 부분이 있다면 고치겠습니다."
"내 딸이 요 앞에 대학에 다니거든. 지금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이제 집에 간다고 무서우니까 데리러 오라네. 미안한데 나는 먼저 갈테니까. 김지영 씨. 이거 다 마셔야 된다!"
법이나 제도가 가치관을 바꾸는 것일까, 가치관이 법과 제도를 견인하는 것일까.
"오면서 계속 생각해 봤는데, 우리 식구들 앞에서 네가 서운한 상황이 생겼을 때는 내가 나서는 게 맞는 거 같다. 너보다는 내가 더 편하게 말할 수 있으니까. 반데로 너희 식구들 앞에서는 네가 상황 정리해 주고. 그렇게 하자. 오늘 일은 내가 사과할게. 미안해."
김지영 씨가 한숨만 푹푹내쉬자 정대현 씨가 어깨를 토닥였다.
"내가 많이 도와줄께. 기저귀도 갈고, 분유도 먹이고, 내복도 삶고 그럴게."
그리고 김지영 씨의 어깨를 툭 밀고 스쳐 지나며 들으라는 듯 말했다.
"배불러까지 지하철 타고 돈 벌러 다니는 사람이 애는 어쩌자고 낳아?"
"그놈의 돕는다 소리 좀 그만할 수 없어? 살림도 돕겠다, 애 키우는 것도 돕겠다, 내가 일하는 것도 돕겠다, 이 집 오빠 집 아니야? 오빠 살림 아니야? 애는 오빠 애 아니야? 그리고 내가 일하면, 그 돈은 나만 써? 왜 남의 일에 선심 쓰는 것처럼 그렇게 말해?"
아무리 괜찮은 사람이라도 육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여직원은 여러 가지로 곤란한 법이다. 후임은 미혼으로 알아봐야겠다.
김지영의 증상은 의학적으로 설명하기 힘들다. 하지만 '여성 혐오 사회'에서 목소리를 잃어버린 김지영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이해가 된다. 바로 목소리를 잃어버린 김지영을 위한 여성들의 연대 행위다.
느낀 점 :
이 이야기가 소설인가? 실재인가?
읽는 내내 소설인지 실재 기사인지 구별하기 힘들었다. 안타까운 점은 사건의 구성이나 이야기 진행의 짜임새 등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소재들이 현실과 흡사하기 때문이었다. 남자인 내가 볼 때에도 학교에서, 사회에서 여자들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이 소설과 거의 일치한다. 적어도 이 소설에는 현실에 대한 과장은 없는 것 같다. 아무런 이야기의 과장없이 덤덤하게 있었던 일을 말하는 것이 소설이 아닌 실재 기사처럼 느껴지게 했고, 이 점이 더 우리의 가슴을 파고든 것 같다.
어의 없게도 당연한 것을 선심쓰는 듯한 태도를 반성한다.
지영의 남편은 일반적인 남편들보다 아내에게 더 헌신적이며 합리적인 편이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습관적으로 나오는 애 키우는 것을, 살림하는 것을 도와준다는 표현이 내가 보기에 자꾸 걸렸다. 의식적으로 집안 살림은 구성원들이 같이 하는 거라고 생각해도 습관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기본적으로는 여자가 해야한다 생각하고 말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반성하게 되었다.
이 시대의 가치관은 아직이구나.
과거에 비해 여성 인권이 법적으로 신장되었다고 해도, 아직 이 사회에서 남자들이 여자들에게 갖는 생각은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아마 이전부터 의식하지 않더라도 알고는 있었던 것 같다. 이 책의 사례들이 실제로 자주 벌어지는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아직도 우리는 집안에서 아이를 키우고 살림을 운영하는 많은 일들을 잘하는 사람에게 맡기는 것이 아닌 임신을 해서 아이를 낳는 여성에게 아이에겐 엄마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많이들 넘기고 있다. 또 직장에서는 여성을 동등한 팀원이 아닌 성욕 충족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을 종종 지켜보게 된다. 회식 자리에서 여자는 취하게 만들어 보고 싶은 대상이 되어 먹이기 위해 열심이 되거나 높으신 분들 옆 자리에 앉아 술 따르는 일을 시키는 아직도 비일비재하다. 소설 속 협력사 부장처럼 내 여자가 당하는 건 싫지만 남의 여자는 도전의 대상이 되는 마음들인 것 같다. 아무리 법적인 제도로 보완이 많이 되고들 있다지만 대다수 남자들의 가치관이 변하기 전에는 이 사회가 변화되길 기대하기는 무리라고 보여진다.
이 사회의 진실을 소설의 형태로 바라보게 되어 나 자신의 어떠했는지 반성하게 되었고, 다시 한 번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삶에 적용할 점 :
내 가치관에 대해 다시 점검하고, 나는 이런 상황들에 대해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생각하자.